교회소식


목회칼럼2020년 9월 6일 칼럼 "그래서 철들었다"

철이 바뀌어 이젠 가을입니다. 한 낮의 직사광선은 과실을 익게 하고 밤의 소슬한 기운이 철 바뀐 것 피부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계절에는 어떤 느낌이 품에 안겨들려는 지요. 약간의 재채기와 팔과 뱃가죽에 듬성듬성 빨갛게 일어나는 표식이 있으니 알레르기가 심했다가 이젠 나았다는 사인 아닌가요? 표식은 남겨두셔서 어리석은 인생이 하나님의 은총을 잊지 않도록 배려해주십니다. 은혜 아니었으면, 은혜 없었으면 지금 살 수 없지요 ~

금요일은 하루 종일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회양목과 철쭉의 가지를 치면서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했습니다. 한껏 감정의 쓰레기를 치워내면서 몰두하는데 땀도 많이 흘렀고요, 청소도 잘 되었습니다.

“뭐 하시는데요?”

어린이집 꼬맹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뉘엿뉘엿 해 넘어갈 때까지 귓가에 윙윙 거립니다. 조금 힘에 부쳐서 한쪽 땅바닥에 드러눕고 밀짚모자를 얼굴에 덮어쓰고 있는데 세상 부러울 것 없더라고요. 바닥의 서늘한 기운이 전신의 신경다발을 하나하나 훑고 지나갑니다. 벌레소리 한 가닥 선율이 되어 귓가를 희롱합니다. 분부한 탓만 했는지 출입구 쪽엔 말벌집이 커다랗게 완성되어 위험해보였습니다. 두 목사님들이 사다리 놓고 올라가 제거하고 거미줄도 걷어내고 하면서 도와주었습니다.

태풍 마이삭이 할퀸 아픔은 땅 밑으로 깊이 흐르고 또 10호 태풍이 올라온다하니 그 모든 고통들조차도 기대어 품을 수 있는 당신은 가을입니다. 지친 마음들 달려들어도 그저 품어줄 수 있는 당신,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당신! 그 자리에 섰을 때 가장 끌리는 당신! 그 바다 속 깊이 소용돌이치는 당신,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모든 것 단정하게 정리했습니다. 감정의 생각의 쓰레기들 분리수거하듯 내려놓았어요, 흔적은 남겠으나 굳이 안 보려고 해요, 언뜻 눈에 띈다 해도 씨익 미소 짓고 말래요. 철이 바뀌면 철 든 거처럼 살아야죠. 바다가 후회할거라고 말하자 나도 미소 지으며 말하고 싶습니다. 후회 안 할 거야! 이슬처럼 내려와서 주님의 은총은 바다처럼 우릴 말없이 포옹해주는 계절입니다. 날 철들게 해주는 가을은 그래서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