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목회칼럼 2020년 8월 23일 칼럼 "영혼열매가 익는 계절"

팔월입니다. 비단 7월에만 청포도가 익겠습니까? 예쁜 열매송이에 주저리 주저리 열리는 게 어찌 포도뿐이겠는가 말하고 싶습니다. 하늘 맞닿은 수평선 밑에는 바다가 치마를 활짝 펴고서 육지를 다 품듯 성령의 자비가 땅을 품고 있는 동안은 달고 육즙조차 향긋한 과실들을 수없이 익히고 계실 터입니다.

코로나19, 폭우, 폭염 등이 우리 연약한 진토(塵土) 체질(體質)에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밀어 덮치는 이 계절에도 과실은 단물을 채우고 곡식은 알곡을 형성하고 있을 것입니다. 감염병으로 엄습하는 인간계의 공포와 댐을 붕괴한 노아홍수 같은 물과 계속되는 열대야의 화산 마그마가 쏟아지는 불기운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손길은 그 선하신 뜻대로 역사를 멈추지 않고 그분 하시고 싶은 일을 이루어 가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초청하고 기다리는 손님은 주께서 관심을 기울이시는 양떼, 아직 우리에 들지 않은 양 무리이기에 오늘도 우리는 쉬지 않고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땅의 가슴을 갈아엎고 씨앗을 뿌리며 질긴 잡초뿌리들을 뽑아내고 한줌이라도 더 퇴비를 부지런히 공급하는 농부의 마음이 우리들에게 있기에 우리는 그 어떤 것들이 우릴 위협해도 그만두지 않습니다.

한 영혼이 돌아오면 우린 뛰며 춤추며 기뻐합니다. 아버지의 마음 알기에 그 기뻐하시는 마음속에서 우리 또한 기쁨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를 맞이하며 우리의 포도원에서 극상품 과일을 따서 잔치를 즐기고 싶습니다. 모서리 깨진 쟁반이라도 깨끗이 씻고 거기에 가득 과일들을 담고 싶어요. 참외 복숭아 사과 수박 블루베리 가득 담은 쟁반 내오고 싶어요.

여름바다가 알알이 들어와 보석처럼 박힐 때 마치 꿈꾸듯 우리의 과실과 곡식들은 단단해질 겁니다. 아무리 우리 가는 길이 고단하고 험하다 해도 새롭게 우리 공동체에 들어오신 당신과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채우는 그 단물에 우린 행복해질 겁니다. 여름내 탄 얼굴과 거칠어진 손등으로 서로를 안고 맞잡을 때 우리의 고달픔은 눈 녹듯 사라질 테니까요. 우리는 마스크 쓰고 벌이는 이 웃기는 퍼포먼스를 훗날 전설처럼 기억하겠지요.